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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현장] 같은 횡령·다른 결과…모아저축銀 김성도 3연임, KB저축銀 허상철로 물갈이

직썰 2022. 7. 12. 10:10
모아, 2021년부터 1년간 59억 횡령…지난 3월 김상도 ‘3연임’ 결정
KB, 2015년부터 6년간 94억 횡령…올해 1월 신홍섭→허상철 체재
모아 “횡령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 차원에서 김 대표 연임 결정” 밝혀
(왼쪽부터) 김상도 모아저축은행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모아저축은행, KB저축은행]

김성도 모아저축은행 대표는 59억원 횡령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3연임에 성공한 반면, 신홍섭 전 KB저축은행 대표는 94억원 횡령 사고가 발견된 직후 허상철 현 KB저축은행 대표에게 자리를 넘겼다. 

양사 모두 임직원에 의한 횡령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 발생 기간 동안 임기에 있던 두 저축은행의 대표들이 서로 상반된 내부 처분을 받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오전 저축은행업계를 처음 대면하는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에는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을 비롯해 SBI·OK·웰컴·한국투자·신한·KB·상상인·유안타·모아·금화·진주·대명·오성·스타저축은행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일부 저축은행에서 서류 위·변조를 통한 불법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주도한 불법 건전성 영업행위가 다수 적발된 것에 더해 거액의 횡령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며 “금융 신뢰도와 도덕성이 훼손되면 금융회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체계 강화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금융사고 비율이 높은 업무 처리 절차를 찾아내 내부통제 절차와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니 CEO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업계와 함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중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이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한 것은 사실상 횡령 사고가 발생한 KB저축은행과 모아저축은행을 겨냥한 발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모아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에선 지난 3월과 6월 각각 59억원, 94억원 횡령 사고 소식이 알려졌다. 

 

모아저축은행은 인천 미추홀구 본점에 근무하던 30대 직원 A씨가 지난해 10월 8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58억9000만원 규모 기업용 대출금을 빼돌렸다. 당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업무를 맡았던 A씨는 기업이 은행에 약정 대출금을 요청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차명계좌로 범죄수익을 은닉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30일 A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KB저축은행은 영업점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하던 40대 직원 B씨가 과거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6년간 회사 내부 문서를 위조해 총 94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 13일 B씨를 구속 송치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횡령금의 90% 이상을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붉은색 동그라미)이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자리에서 저축은행 CEO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도 모아저축은행 대표(왼쪽 붉은색 동그라미),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가운데 붉은색 동그라미)가 이 원장의 맞은편에 앉아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신수정 기자]

KB저축은행과 모아저축은행은 이날 ‘횡령 사고’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향후 금감원의 재발 방지 방안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사의 반응과 관련해 “각 저축은행에서도 자금 관리라든지 향후 자체적인 내부통제 개선 노력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저희가 잘 경청했다”고 답했다. 다만 이 원장은 금감원 조사가 예정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을 전제하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직썰은 간담회 직후 퇴장하던 김성도 대표에게 횡령 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물었다. 김 대표는 “당국에도 완결 보고됐고 다 끝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이 금융사고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금감원에서 TF를 만들어 금융사고 예방에 나설 모양새”라며 “모아저축은행 여건뿐만 아니고 전체적으로 살펴보시려는 의도같다”고 답했다. 

 

지난 2018년부터 대표직에 오른 김 대표는 모아저축은행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 2020년과 올해 3월 두 차례나 연임에 성공했다. 이는 임기 끝물에 발생한 횡령 사고에 대해 깔끔히 마무리짓고,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로 풀이된다.

 

모아저축은행 관계자는 김 대표 연임이 횡령 사고의 후속 조치와 관련있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런 부분도 당연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금융사고가 났는데 그냥 그만두시면 이후 수습 비용 등은 또 어떻게 하겠느냐”며 “대표께서 그런 부분까지 생각해 연임하게 됐고, 관련 후속 조치 등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저축은행의 경우, 횡령 사고가 외부로 알려진 것은 올해 6월이지만 내부에서 횡령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22일이다. 그 직후인 1월 4일 신홍섭 전 KB저축은행 대표는 허상철 현 대표에게 자리를 넘겼다. 신 전 대표는 2018년 임기를 시작해 2020년 한 차례 연임한 바 있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같은 회의체를 통해 임원 선임이 결정되는데, 사고 이전부터 허상철 대표로 교체되는 건이 결정됐었다”며 “이 건과 횡령 사고는 별개로 봐주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