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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의 직썰] '해외출장' 현대카드 정태영, 금융당국에 귀 기울여야

직썰 2022. 7. 11. 10:20

신수정 금융증권부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여신전문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유는 ‘해외 출장’이었다. 물론 구체적인 출장지나 동선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불참석한 카드사는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 중에서 현대카드가 유일했다. 

 

현대카드는 “예정된 출장 일정이었고, 이미 외국에 나가 있는 정 부회장을 간담회 이유로 불러들일 수는 없다”며 금감원과 업계 첫 상견례 자리에 일부러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정 부회장이 금융당국과의 만남을 ‘해외 출장’ 입장으로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7일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카드사들과 처음 대면하는 자리에도 불참했다. 이때도 정 부회장은 '해외 출장'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정 부회장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따라서 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 캡티브(captive·전속) 금융사를 맡고 있어 자연스럽게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던 것이다. 

 

당시 행사에는 은 전 금융위원장과 권인원 금융감독원 부원장, 서울·경기신용보증재단 관계자, 6개 전업카드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업계 대표들이 모여 사안을 논의하고 협업 의지를 다져가는 자리임은 물론, 은 전 위원장과 첫 대면 자리였던 만큼 업계에서도 정 부회장의 불참에 의문을 던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등 고위 관계자가 참여하는 공식 일정이면 내부 일정을 변경해서라도 참석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다른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현대카드 안 쓰면 비(非)문명인'이라는 취지의 글을 쓴 바 있다. 현대카드는 대표적인 국내 카드사 중 하나임을 자평한 것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현대카드가 카드업계 수장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피해가고 모습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다른 카드사 대표들은 정 부회장만큼 바쁘지 않아서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일까.  

 

물론, 이번 이 원장과의 간담회 자리에는 정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현대커머셜의 이병휘 대표가 참석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커머셜 대표가 (정부회장 대신) 참석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커머셜에서 참석했다고 현대카드가 참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당초 금감원에서 소집할 때부터 현대커머셜은 캐피탈사로 분류됐다. 

 

그런 의미에서 정 부회장은 금융당국과 카드사 대표로서 만나는 자리를 매번 해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는 것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말 현대카드가 카드업계를 대표한다면 당국이 카드업계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을 때 적극적인 태도로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