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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임직원, 최근 6년간 1704억원 횡령…금감원 '방치'했나

직썰 2022. 8. 30. 12:59
은행·보험·상호금융, 고액 연봉·성과급 잔치 불구…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327회 횡령 발생
금융감독원. [권오철 기자]

고액 연봉을 받으며 성과급 잔치를 벌인 금융권의 임직원들이 지난 약 6년간 총 1704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경영진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와 감독기관의 방치가 부른 고질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78개 금융기관에서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327회, 1704억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금융권 횡령사고로 인한 피해금액은 ▲2017년 144억원 수준에서 ▲2018년 112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9년에는 131억원 ▲2020년 177억원 ▲2021년 261억원 ▲올해 8월까지 876억원으로 2017년 대비 6배 이상 급증했다. 

 

횡령규모가 가장 큰 곳은 일반은행권으로 6년 동안 894억원에 달했으며, 다음은 상호금융사 256억원, 자산운용사 167억원, 저축은행 149억원 순이었다.

 

개별 금융사별 사고 규모가 큰 곳은 우리은행이 716억원, 단위농협 153억원, 하나은행 69억원 순으로 높았다.

 

임직원 횡령사건이 가장 빈번히 발생한 금융권은 신협, 농협, 수협 등의 상호금융사들로 6년 동안 총 136회 발생했다. 다음은 일반은행 94건, 보험사 67건, 증권사 15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개별 금융사로는 단위농협, 신협, 하나은행이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6년 연속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금융사에선 같은 기간 각각 59회, 58회, 17회 횡령사고가 발생하는 등 가장 사고가 빈번한 금융사로 이름을 올렸다.

 

신한(2018년~2022년)‧기업(2018년~2022년)‧농협(2017년~2022년)은행과 수협은 5개년도에 걸쳐 횡령이 발생했고, 우리은행도 최근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발생했다. 또한 보험사 중 유일하게 삼성생명(2017년~2019년, 2021년)에서 4년간 횡령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횡령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은행, 보험, 상호금융 11개사의 등기임원은 총 642억원에 달하는 고액의 연봉과 성과급을 챙겨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총 68회에 걸쳐 144억원의 횡령이 발생한 2017년엔 사건이 발생한 은행, 보험, 상호금융 11개사 등기임원은 연봉과 상여금으로 91억원을 받아갔다. 261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2021년에도 168억원을 챙겼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876억원의 횡령이 발생한 올해도 거액의 연봉과 상여금이 지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정숙 의원은 이와 관련 "횡령사건으로 발생한 피해는 금융사 내부 문제를 넘어 국민의 믿음을 횡령한 것으로 금융사가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라며, "동일한 금융사에서 횡령사건이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재발 방지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에게 신뢰를 잃고도 횡령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경영진과 임원들이 사고 발생 당해연도까지 고액연봉과 상여금까지 챙긴 것은 금융계의 고질적 모럴헤저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 의원은 "금감원을 상대로 금융권 횡령사건 사전 예방을 위한 추진사업 현황과 성과, 향후 특별 대책에 대해 자료를 요구했지만 금감원은 일상 업무 관리 수준의 답변을 제출했다"면서 "금감원이 비상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평상시 대처로 일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