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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현장]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특혜 의혹' 뚫고 이복현 금감원장 마주했다

직썰 2022. 8. 31. 09:44
뮤직카우 사옥.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제재를 유예받은 상태인 뮤직카우의 정현경 대표가 3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도한 빅테크·핀테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논란이다. 일각에선 '특혜'가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는 지난 4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판매상품을 ‘증권’으로 규정 받고, 자본시장법상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는 판단을 받았다. 

 

당국은 그간 신고 절차를 밟지 않고 영업한 뮤직카우에 영업정지 등의 조치가 아닌 6개월의 유예기간을 처분했다. 뮤직카우 누적 회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라 제재가 이뤄져 영업이 중단될 경우 막대한 투자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유예기간은 제재가 보류된 상태를 말한다. 뮤직카우의 유예기간은 오는 10월 19일까지다. 사측은 해당 기간 내 사업모델 변경,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등 당국이 요구한 7가지 조건들을 충족해야만 향후 정상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일각에선 금감원과 뮤직카우가 대면하는 상황을 두고 ‘부적절한 만남’이란 비판을 제기했다. 유예기간이 끝난 후에 뮤직카우의 개선안과 합법성을 최종 판단해야 하는 책임자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간담회를 통해 사전에 직접 뮤직카우 측과 접촉하게 되기 때문이다. 

30일 오전 10시 20분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빅테크·핀테크 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좌석 왼쪽 첫 번째)가 맞은편에 앉아 이복현 금감원장을 응시하며 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신수정 기자]

빅테크·핀테크 간담회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정 대표를 비롯해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등 11곳의 빅테크·핀테크 CEO와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변영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이사장 등 유관기관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빅테크와 핀테크 업체들에게 ‘금융 혁신’을 강조하며 “금융상품 추천 핵심인 알고리즘에 많이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규제 샌드박스 운영 계획을 밝히고, 고객 정보 보호 및 사이버 보안 강화 등을 당부했다. 

 

이날 정 대표는 이 원장의 맞은편 오른쪽에 자리했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 볼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논의를 나눴다. 1시간 20분간 진행된 회의 시간에서 이 원장의 모두발언 6분 30초가량을 제외하면 참석자들은 1시간 15분간 서로 대화할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이날 담담한듯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사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직썰은 이날 간담회 직후 정 대표를 만나 특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정 대표는 “언론 질문에 대해서는 회사 규정상 홍보실을 통해서 공식 답변이 나가도록 하고 있다”며 “따로 연락 주시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뮤직카우 대표가 아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의 자격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기자님의 의견이 궁금해요”라며 오히려 반문했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정기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협회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날 기준 해당 협회에는 정 대표를 포함해 29명의 부회장이 있다. 

 

사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유예기간이라고 독수공방해야 하느냐”며 “(정 대표가) 이복현 원장을 외부에서 단독으로 만난 것도 아니고, 유예 기간에는 간담회 등에 참석하면 안 된다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간담회는) 업계 의견을 내고 당국의 요구사항을 경청하는 자리였고 (뮤직카우 외에도) 핀산협(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원사들도 많이 참석했다”며 “단지 행사에 참여했을 뿐인데 (특혜)논란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협회 측은 정 대표가 핀테크 기업 입장에서 참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협회에서는 저만 회장 자격으로 간 것이고, (정 대표는) 협회 부회장이기도 하지만 의미 있는 핀테크 기업으로서 참석한 것"이라며 "협회는 부회장이 있는 기업 중에서 뮤직카우만 따로 선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특혜 의혹에 대해 "특정업체가 (간담회에) 오면서 다른 업체들이 감독 당국과 만날 기회가 박탈됐다는 관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당국은 앞으로 기회를 통해 여러 업체를 뵐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