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인수합병(M&A)의 역사를 거쳐왔다. 이들 은행들은 M&A를 거듭하며 현재의 체재와 정체성을 갖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시중은행의 현재 경영 방향성이나 사업에는 과거 인수되고 합병된 은행들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은행들은 M&A를 거듭해왔다. 1대 대한민국 대표 시중은행으로 ‘조상제한서’라 불리던 조흥은행, 상업은행, 제일은행, 한일은행, 서울은행은 제일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4대 시중은행에 녹아들었다.
◆ 서민 '내 집 마련'의 시작, 한국주택은행 흡수한 KB국민은행
특히 KB국민은행은 외환위기 발(發) 위기를 맞은 대동은행을 흡수했고, 이후 동남은행을 흡수했던 한국주택은행과 통합했다. 이외에도 장기신용은행, 동남은행과 합병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한국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민들에게 금융 혜택을 주고 내 집 마련을 도와준 국민은행과 한국주택은행의 정체성은 현재의 ‘서민을 위한, 서민에 의한 은행’이란 KB국민은행 정체성의 기초가 됐다.
과거 정부는 휴전 이후 전쟁 폐허 속에서 1963년 서민금융 전담 국책은행인 ‘국민은행’을 설립했다. 당시 국민은행은 동일인에 대한 여신 한도 제한을 원칙으로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자산이 집중되지 않고 서민들에게 금융 혜택이 분산되는 경영 방향성을 지향했다.
1967년 주택은행(한국주택금고)으로 시작했던 한국주택은행도 주택자금 공급을 통한 국민 주거 안정과 주거 수준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했다. 즉,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은행인 셈이다.
이런 전통적인 강점을 살려 KB국민은행은 2017년 기존 온라인 부동산 거래에 금융을 결합한 국내 최초 부동산금융 플랫폼 ‘KB부동산 Liiv ON(리브온)’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심어주고, 관련 업계와는 ‘상생’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당시 축사에서 “리브온 플랫폼이 대한민국 부동산 희망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길 바란다”며 “고객께 희망을 전해드리고, 부동산 파트너와 상생하는 부동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 '대한민국 금융 新바람' 신한은행, 국내 넘어 글로벌로
신한은행은 일제 말기 강제징집 등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고(故) 이희건 회장 등 재일동포들이 세운 교민은행으로 국내 최초 민간자본으로 탄생했다.
과거 이들은 일본은행에서 조선인이란 이유로 돈을 빌릴 수 없던 형편이었다. 이에 오사카에서 고무 제품을 팔던 청년 이희건이 동포 상인들과 뜻을 모아 ‘오사카흥은(大阪興銀)’ 신용조합을 설립했다. 이후 ‘금융으로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금융보국(金融報國)을 이념으로 1982년 국내 교민은행을 설립했다.
이후 80년대 창업과 함께 성장해오다 90년대까지 각 분야에 걸쳐 ‘국내 최초’ 타이틀을 달며 성장했다. 1991년 국내 최초 PC뱅킹 서비스 시행을 비롯해 1993년 국내 최초 무인점포 ‘365일 바로바로 코너’를 개설했으며 이듬해인 1994년 국내 최초 텔레뱅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1897년 설립돼 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은행인 한성은행의 줄기를 이어받은 조흥은행을 흡수했다. 조흥은행은 일제강점기 민족계 은행 9개사를 통합해 설립한 은행으로 1956년 3월 국내 증시 출발 시 상징번호 1번을 단 상징적인 은행이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이 M&A를 진행한 은행은 동화은행, 충북은행, 강원은행, 제주은행이 있다.
외환위기로 부실화 위기를 맞은 조흥은행과의 M&A로 업계 후발주자였던 신한은행은 큰 도약을 이룬다. 통합 당시 신한지주는 은행명을 신한으로 유지했지만, 존속 법인은 조흥을 택하며 그간의 역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 결과, 신한은행은 과거 해외 신용조합이란 모태에서 출발하는 글로벌 인프라와 조흥은행의 탄탄한 은행 조직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일찍이 1990년대부터 홍콩, 베트남,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세웠고, 2007년에 캄보디아, 2009년에 캐나다와 일본에 현지 법인을 신설했다.
최근 들어서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지주 회장은 내달 동남아시아 기업설명회(IR) 투어에 오르고 오는 10월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와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출국해 북미 투어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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