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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합수단&라임⑤] 금감원, '환매 전산조작' B증권사 제재 절차 착수

직썰 2022. 6. 27. 11:05
금감원, 지난해 B증권사 검사…"제재 절차 진행 중" 밝혀
전산조작 사건, 라임 특수펀드 '테티스11호' 밝혀진 계기
VVIP 펀드 '폴라리스1호' 의혹 밝혀지나…검찰수사 기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권에서 폐지됐던 금융범죄 사건을 전담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지난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시 아래 부활했다. 하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오는 9월 10일부터 시행되면 검찰의 공직자 등에 대한 직접수사권이 사라지면서 합수단의 영향력은 그만큼 좁아질 전망이다. 또한 약 1년 6개월 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경제, 부패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사라진다. 합수단의 제한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합수단의 수사력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지난 정권에서 지지부진했던 라임 펀드 사태에 대한 수사다. 이와 관련한 합수단의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금융감독원. [권오철 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환매취소 전산조작 사건과 관련해 B증권사에 대한 제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본지는 '[단독][합수단&라임④] 금감원, '환매 전산조작' 증권사 봐주기 의혹…타증권사와 '형평성' 논란' 기사를 통해 금감원이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A증권사만 제재하고 B증권사는 제재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한 바 있는데, 금감원 측이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이다. 

 

27일 직썰 취재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라임펀드 전산조작 사건과 관련해 B증권사를 검사했으며, 현재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법을 위반한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는 금감원의 검사와 심사조정, 제재심을 거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확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B증권사 전잔조작 사건이) 제재심에 올라갈지 정해지지 않았으나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건이 발생한 지 약 3년 만에 확인된 사실이다. 

 

A·B증권사의 라임펀드 전산조작 사건은 라임펀드 고객들이 2019년 10월 2일 전산시스템(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해 환매(매도주문)신청한 것을 이틀 후인 2019년 10월 4일 임의로 취소 처리한 사건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2020년 2월 26일부터 같은 해 3월 27일까지 A증권사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으며, 2021년 12월 '펀드 환매주문 취소에 따른 전자적 침해행위 금지 위반' 등을 이유로 A증권사에 대한 제재를 확정했다. 

 

금감원은 A증권사를 제재하며 "투자자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단지 환매주문을 취소하겠다고 통지만 한 뒤 내부전산 시스템 상의 환매주문을 일괄적으로 취소했다"면서 "투자자의 환매 의사표시가 표명된 데이터를 임의로 변경함으로써 권한을 넘어 저장된 데이터를 조작하고 권한 없이 정보를 변경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B증권사는 A증권사에서 2000억원 규모의 라임펀드를 판매한 전 A증권사 반포WM센터장 장모씨가 2019년 9월 말 A증권사를 퇴사하고 이직한 곳이다. 그는 자신이 판매한 라임펀드 중 1000억원 규모를 A증권사에서 B증권사로 옮겨갔다. 동일한 전산조작 사건이 두 증권사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전산조작 사건은 그 자체로도 위법성이 있지만 이를 통해 라임 '특혜펀드'가 발견되는 발단이 돼 주목된다. 라임펀드 피해자들은 2019년 10월 10일 라임펀드의 환매 중단이 발생하자, 그 직전에 발생한 전산조작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일반 라임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매월 20일 환매 신청을 할 수 있었으나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10월 2일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일 환매할 수 있도록 약관을 변경했다.

 

그날 수백명의 환매 신청자들이 몰렸고 이후 증권사가 임으로 환매 신청 자체를 취소하는 전산조작 사건까지 발생했으나, 실제로 돈을 지급받는 결제일은 신청일로부터 한 달여 뒤(2019년 11월 7일)였기 때문에 환매 신청 및 취소는 사실상 무의미했다. 쉽게 말해 어차피 못 받을 돈이었단 얘기다. 

 

그럼에도 환매 중단을 앞두고 약관 변경 등의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환매 신청자들을 일으킨 데에는 모종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의심이 피해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일각에선 특정 펀드의 환매를 위한 들러리 세우기였나 하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 같은 의심과 추적 끝에 실제로 '테티스11호'가 발견됐다. 테티스11호는 환매 신청이 매일 가능하고, 4영업일 만에 결제가 되는 특수펀드다. 이후 테티스11호 가입자 중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딸 가족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근에는 테티스11호보다 월등히 나은 조건의 라임펀드 '폴라리스1호'의 존재도 드러났다. 폴라리스1호의 최근 수익률은 43%까지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폴라리스1호 가입자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검찰의 수사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