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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Why] 다올·IBK證, 美주식 매매 잠정중단…조직력 미흡 때문에?

직썰 2022. 6. 27. 11:18
복수 브로커 체계 부재 및 해외주식 시장 급진출 '지적'
다올·IBK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 정상화가 우선" 강조
(왼쪽부터)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 사옥. [신수정 기자]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이 최근 미국 주식 매매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가운데, 일각에선 증권사 체급에 따른 해외 주식 거래의 부실한 관리 체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거래 잠정중단이 예상되는 징후들이 나타났는데도 대응할만한 '조직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냐는 시각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지난 13일 늦은 밤 문자·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상장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주문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지난 10일 양사의 미국 주식 거래 브로커 증권사인 LEK증권의 서비스가 중단된 이유에서다. LEK증권은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의 미국 주식 거래 대체 매도를 담당하는 증권사다. 

 

국내 증권사는 고객이 보유한 미국 주식을 매도할 때 전화로 주식매도를 요청하거나 다른 증권사로 주식을 옮겨 경유하고 대체 매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때 해외 브로커 증권사가 국내 증권사로부터 받은 매매 주문을 미국 증권거래소에 전달하고, 결과를 국내 증권사에 알려주는 방식으로 거래가 체결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LEK증권의 문제를 인지할 만한 시그널(예측 가능한 신호)이 있었다. LEK증권을 향한 미국 중앙예탁청산기관(DTCC)과 증권청산소(NSCC)의 행보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이를 파악하거나 대비하지 못했다. 

 

LEK증권은 지난해 10월 DTCC와 NSCC로부터 ▲리스크 대비 자본·유동성 약세 ▲내부 통제의 중대 결함 ▲재무·비즈니스 조건 변화 미보고 등을 이유로 영업 중단을 통보받았다. 

 

이후 LEK증권 자본 확충 이슈로 청산 활동에 상한 제한이 걸렸고, LEK증권이 이를 위반하자 지난 3월 관련 청문회를 거쳐 영업 정지가 결정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국내 증권사들의 주식 거래 잠정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전에는 문제가 없던 회사”라고 말했다. 이는 증권사가 현지 브로커 증권사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이 비용적인 문제로 복수 브로커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증권업계 관계자 A씨는 “현지 브로커 증권사를 복수로 두는 경우가 많은 대형 증권사와 달리 사고가 발생한 증권사들은 중소형 증권사”라며 “비용적인 문제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현지 브로커 증권사를 단일로 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 시장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무리하게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시장 진입을 노리다가 발생한 문제란 시각도 있다. 실제로 두 증권사의 발언에서는 급하게 해외주식 시장에 진출하려는 과정이 드러났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주식 서비스를 오픈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다른 중개 증권사와 복수 계약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도 “지난해 말 해외주식을 시작하다 보니 복수 브로커 증권사와 계약을 맺을 겨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증권가 일대. [연합뉴스]

결국 양사 해외주식 관련 부서의 부실 운영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현지에서 이중 확인(크로스 체크)이 가능한 법인의 부재 등 유관부서의 관리·감독 체계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현지 법인을 두고 딜(거래)이나 중개 업무에 관한 자체 감시 등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는 반면,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이러한 감독 체계 여부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 B씨는 “현지 중개업체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해외주식 관리 부서가 빈약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 C씨도 “다올과 IBK가 성급히 해외주식 시장에 진입하려다 보니 복수 브로커 체계를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한 부서 차원의 검증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브로커 증권사의 검증이 미흡했던 점은 아쉽고 당연히 사죄 말씀을 드리지만, 해외주식운영팀이 부실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로도 다올투자증권은 미국에 'DAOL Ventures', 'DAOL New York' 등 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미국 주식 거래 등 해외주식과 관련된 이슈는 글로벌주식부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IBK투자증권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어떻게 신사업을 관리하는 부서가 처음부터 빵빵하게 갖추고 시작할 수 있겠냐”며 “당연히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서도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유관부서 강화 이전에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 정상화 모색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