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최근 하나손해보험, 하나카드 등 자사 계열사 주식을 잇달아 취득했다. 이에 하나금융이 자본확충과 함께 최근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지주에 내줬던 금융지주 '3위' 자리를 자회사 지분 확보를 통해 탈환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22일 하나손보와 하나카드 주식을 추가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하나손해보험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 2998만8522주를 약1500억원 자금을 투입해 취득한다. 이번 증자로 하나금융의 하나손보 지분율은 기존 84.57%에서 89.59%로 확대된다. 또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1500억원의 거래 금액을 하나금융지주가 전액 지원한다.
이번 하나손보 주식 취득 건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의 주문에 따른 자본확충을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보험업권 CEO 간담회에서 “전사적 자본관리를 강화하고 자본확충 시 유상증자를 통한 기본자본 확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보험업계는 올해 급격한 금리 인상을 계기로 건전성 지표를 나타내는 보험금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대안으로 통상 신종자본증권이나 채권 발행 등 방법으로 자본을 확충하지만, 금융당국은 실질적인 자본확충이 가능한 유상증자를 당부한 것이다.
이어 하나금융은 하나카드의 자회사 완전 편입과 SKT와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SKT가 보유하던 하나카드 3990만2323주를 3300억원에 매입했다. 이로써 하나카드는 하나금융의 100% 자회사로 흡수했다.
또 SKT와의 중장기적 협력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하나금융도 SKT, SK스퀘어 지분을 684억원, 316억원에 사들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하나금융이 3위 자리를 가져간 우리금융의 사례를 참고해 하반기 3위 탈환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올해 2분기 비은행 부문 수익을 견인해 실적을 끌어올린 바 있다.
◆카드·캐피탈 ‘비이자수익’ 올려 3위 차지한 우리금융, ‘증권’에 발목 잡힌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조7614억원을 기록해 하나금융을 앞질렀다. 하나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7272억원으로 약 340억원 차이가 났다. 2분기 순이익만 두고 봐도 우리금융 순이익은 9222억원으로 하나금융 순이익 8251억원보다 971억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금융지주사 증권사 실적 부진의 타격을 크게 입은 가운데,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수익률을 꾸준히 올려 올해 상반기 20%대까지 끌어올렸다.
증권업계에서도 우리금융의 호실적과 관련해 비이자이익 부문 수익이 양호한 점과 금융지주 중 계열 증권사가 없다는 점이 반영됐을 것이로 분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올해 2분기 비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3999억원”이라며 “카드·캐피탈 실적이 양호했고, 계열 증권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도 “경쟁 금융지주 대비 비은행 자회사들의 이익이 견조한 흐름을 시현했다”고 바라봤다.
반면, 하나금융은 하나증권의 실적 부진이 실적 감소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 리서치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올 상반기 베트남 증권사 투자 손실액 약 600억원과 기업공개(IPO) 종목 평가 손실액 약 600억원이 발생했다.
이에 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 비이자이익은 1769억원으로 감소했다”며 하나증권 실적 부진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증시 조정에 따른 유가증권 이익 감소와 더불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IB) 실적 감소 등으로 하나증권의 실적 부진이 났다”며 “하나증권의 실적 부진은 하나금융 전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계열사 흡수, 지배력 강화 나선 하나금융…“장기적 관점 비은행수익 확충 겨냥”
하나금융은 2분기 역전된 실적 발표 이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통한 방향성을 구체화 시키기도 전에 주식 취득을 통한 계열사 자회사 편입 및 지배력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일부 금융업계에선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강화 행보는 3위 탈환이나 우리금융의 전략을 참고하기보단 중장기적 관점의 지주사 하반기 포트폴리오 구성일 것이란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규모가 큰 금융회사인데 단순히 우리금융이 3위로 올라섰다고 해서 이를 만회하자는 단기적인 대책으로 움직이진 않았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은행 관련 수익을 확충하려는 차원으로 주식 취득 및 자회사 편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외환에 치중된 포지션인데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손해율이나 평가 손익이 떨어지는 등 단기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중장기적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것”으로 풀이했다.
우리금융이 3위를 차지한 것도 단기적인 현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래 4대 금융지주 사이에선 우리금융이 가장 체급이 작았고, 실적 차이도 그리 크지 않아 언제든지 3~4위는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금융은 지배구조 공고화, 지주 중심의 경영 체제 확립 차원에서 하나카드와 하나손보 주식을 취득한 게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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