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름버그 통신 ‘빗썸 인수설’ 보도後 NH투자증권 출처 지라시 확산
“빗썸 인수설 무산됐다, 보도 뒷북” 주장…社 “확인할 수 없다” 답변
지라시, 빗썸 4조원대 매각가 포함 거래소별 기업가치 나열까지...
A증권사 “관련 리포트 발행, 코멘트한 적 없어”…가치상승 주작 의혹
코스닥 시장에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관련주의 급등세가 눈에 띄고 있다. 30세 억만장자 샘 뱅크먼 프리드가 창업한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빗썸을 인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최근 외신 보도와 관련한 증권가 지라시가 확산된 직후 두드러진 현상으로 보인다.
다만 직썰이 팩트체크한 결과, 빗썸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지라시의 출처로 지목된 NH투자증권은 “빗썸 인수와 관련한 리포트 발행이나 코멘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치상승을 겨냥한 특정 세력의 의도적인 지라시 유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증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주식장 개장 30분 후 빗썸 관련주 비덴트의 주가가 전일 종가 대비 28.14% 오른 1만1750원에 거래됐다. 장중엔 가격제한폭 29.77%까지 치솟다가 1만1900원에 장마감 했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지주사인 빗썸홀딩스의 최대 주주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4차 산업 관련 기업이다. 비덴트의 빗썸홀딩스 보유 지분율은 34.24%다.
관련주 비덴트의 급등세는 FTX의 빗썸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자마자 나타났다. 빗썸 매각이 성사될 경우 최대 주주인 비덴트도 빗썸의 경영권을 동시 매각할 권한과 우선 인수 협상권, 빗썸코리아의 이사 선임 권한을 가져간다는 기대감에서다.
앞서 지난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인수 협상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FTX가 빗썸을 사들이기 위해 진전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양사는 몇 달간 인수 문제를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빗썸 대변인은 “현 단계에서 어떤 것도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고, FTX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날 주식장 개장과 동시에 증권가 지라시가 유포됐다.
지라시는 NH증권 애널리스트 코멘트라는 출처를 밝히고 있었으며 '현재 무산된 일로 올해 초부터 FTX와 얘기를 진행하다가 중단된 후에 뒷북처럼 발생된 기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에도 네이버, 넥슨, 위메이드, JPM 등 빗썸 인수설은 많았다'며 '회사도 매각 의지는 있지만 가격을 높게 책정해 부르다 보니까 계속해서 무산되고 있다'고 썼다.
NH투자증권은 찌라시 출처로 거론된 것과 관련해 “자사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리포트를 발행하거나 소속 애널리스트가 코멘트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빗썸 측은 “M&A는 회사에서 가장 큰 이슈인데 경영진의 결정과 최종 확정 후에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 확인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빗썸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해당 찌라시의 진위 여부는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해당 지라시는 결국 증권사를 사칭한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정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업계의 특정 세력이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상승을 위해 고의적으로 지라시를 유포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외신 발 기사와 관련 지라시로 인해 실제 증시가 출렁이면서 이익을 본 특정 집단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인 쪽에서 뭔가 한탕 해 먹으려고 지라시를 돌린 게 아닌가 의심된다”며 “저런 내용이 공식적으로 나왔거나 했다면 실명이 나왔을 텐데, 지라시에도 NH투자증권이라고 콕 집어 거론하는 게 이상하고 사칭에 가까운 출처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귀띔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거래소의 자산 가치도 덩달아 내려가기 때문에 특정 거래소가 매각 계약 등 논의 과정을 확실히 하기 위한 심리전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또 지라시에는 각 가상자산 거래소별 기업 가치도 명시돼 있어 가상자산 업계의 '셀프 가치상승'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라시에 적힌 각 거래소별 기업 가치는 ▲빗썸 상반기 4조원딜 거절 ▲두나무 장외 7.6조원, 2월 마지막 체결 기준 ▲코빗 3500억원 ▲코인원 3000억원 등이다.
이를 팩트체크한 결과, 가상자산 업계 3~4위인 코인원과 코빗의 기준은 각각 일일 평균 거래량의 규모와 2017년 기준 자산액 기준으로 전혀 연관성 없는 기준이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기업가치도 과거 2018년에 처음 거론된 내용이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수는 무산됐고, 기사도 뒷북이라면서 지라시 말미에는 각 거래소별 기업 가치를 명시하고 있다”며 “거래소별 가치의 신빙성도 떨어질뿐더러 기준마저도 제각각”이라고 했다.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인수 여부는 추정에 불과한 내용이긴 하지만, 마지막에 거론된 거래소들의 기업 가치는 어떤 기준인지 등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FTX는 제시한 매각가 4조원대로 김앤장 로펌을 통해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테라, 루나 등 사태로 잠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해졌다. 다만 명확한 거래 대금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FTX의 그간 행보를 감안하면 빗썸 인수는 기정사실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FTX는 올해 가상화폐 가격 폭락으로 일부 코인 대부업체들이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연쇄 부도로 침체 위기에 빠지자 긴급 자금을 지원하며 경영권 인수까지 시도해 주목받은 바 있다.
FTX는 이달 초에도 가상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부가 조건으로 회사 인수 권한을 담은 계약을 체결했다. 또 FTX의 미국 법인인 FTX US는 가상화폐뿐만 아니라 주식 거래 업무를 시작했다.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지분 7.6%를 취득해 향후 로빈후드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이 더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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