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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 우리금융 ‘외압’ 논란 점화

직썰 2022. 12. 23. 21:31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내년 1월로 거취 표명을 유보하며 ‘장고’에 들어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연임 여부 결정을 미룬 손태승 회장과 우리금융지주에 직접적으로 금융권 ‘외압’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손 회장 징계에 대한 의결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룰 수 없다”며 속전속결(速戰速決)로 처리한 김 위원장이 실제 라임펀드 사태를 주도한 다른 금융사 CEO의 제재 처리는 2년 가까이 의결을 미루며 미온적 자세를 취하고 있어 ‘이중적 태도’란 지적도 뒤따른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라임펀드’와 관련한 손태승 회장의 중징계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는 게 정부 뜻”이란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라임펀드 문제는 금융위가 수차례 회의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단순히 일반 말단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CEO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당국의 뜻”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 거취를 두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해 사퇴 압박 논란을 빚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상식적인 얘기”라며 이 원장 입장을 옹호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감독당국은 판결(징계 결정)로 의사 결정한 것이고, 본인(손 회장)이 어떻게 할지는 본인이 잘 알아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우리금융과 손 회장을 향한 김 위원장 발언 수위가 높아진 시기는 우리금융 이사회가 손 회장 거취에 관한 논의를 내년 1월로 연기하면서 두드러졌다. 손태승 회장과 우리금융지주가 쉽사리 손 회장의 거취를 표명하지 못하자 압박을 불어넣는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의 거취를 논할 다음 이사회를 보름정도 남겨둔 시점을 고려하면 어느 때보다 고수위의 압박으로 비춰진다”며 “최근 이사회에서 손 회장의 거취를 결론짓지 못하니까 금융당국이 나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다른 라임펀드 판매사 및 CEO에 대한 지적도 없이 연임을 앞둔 손 회장의 징계만 언급해 ‘선택적 징계’라는 비판적 시각도 뒤따른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일찍부터 손 회장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는 이를 곧장 의결하지 않았다. CEO의 내부통제 관련 제재를 다루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중징계 취소 소송의 최종 판결을 참고하겠다는 의도였다. 

 

이후 1년 7개월을 기다리던 금융위가 지난달 9일 돌연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오랜시간 그토록 기다리던 DLF 관련 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한 달 가량의 시간만 남겨둔 상황에서 속전속결로 중징계를 확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제재안 의결에 대해 “금융시장이 어렵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금융당국이 정리할 건 연말까지 빠르게 정리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주장과 달리 손 회장에 대한 징계 이외에 실제 라임펀드 사태를 주도한 판매사나 CEO에 대한 제재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임펀드 판매사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하나은행, KB증권, 중소기업은행, 삼성증권, 키움증권, 부산은행, 유안타증권, 한국투자증권, 경남은행, 미래에셋대우, 한국산업은행, 농협은행, 한화투자증권 등이다. 

 

이중 라임펀드 판매 건으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 경고’ 징계를 받아 금융위의 의결을 기다리는 금융사 CEO는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이 있다.

 

CEO의 내부통제 관련 제재에 참고하려던 ‘DLF 소송’이 결말을 맺은 지 일주일이 지나가는데도 금융위는 이들 CEO에 대한 제재 처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손 회장의 징계를 확정지을 때와는 확연한 온도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