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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박사의 경제직썰] '잃어버린 10년' 이미 시작됐다

직썰 2022. 9. 29. 23:15

지난 28일 환율이 1440원에 육박했다. 13년 6개월만에 최고치다. 킹달러 행진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영국 파운드화마저 폭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6,7월에 이어 지난 22일 세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상단이 3.25%로 높아졌다. 현재 2.5%인 한국 기준금리를 크게 웃돌고 있다. 미국은 연말까지 4%대 중반까지 기준금리를 높일 전망이다. 이에따라 한국은행의 발길이 바빠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미 10월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연말까지 부지런히 금리인상 발길을 재촉해야 하는게 한국은행의 운명이다. 
   
단기간에 기준금리가 3%포인트 이상 오르는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먼저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이 1990년대 버블붕괴기를 거쳐 2010년까지 ‘잃어버린 20년’이란 복합불황을 겪게 된 것은 1989년 5월부터 1990년 8월까지 5차례 단행된 금리인상이 도화선이 됐다. 이 기간중 2.5%였던 기준금리가 6%로 3.5%포인트 올랐다. 주식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1989년 12월 3만891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니케이평균주가는 수직 낙하, 1992년 1만5000선으로 뚝 떨어졌다. 닷컴버블이 꺼진 이후 2003년, 7607까지 추락한 뒤 반등했지만 2022년 9월 현재도 2만6000대에 그치고 있다.

 

주가에 이어 부동산 가격 거품도 꺼지기 시작했다. 1991년부터 추락한 부동산 가격 하락은 2009년까지 이어졌다. 집값과 땅값은 각각 2001년과 2009년 최저점을 찍은 뒤 점진적인 반등세로 돌아섰다. 일본 도쿄지역 맨션(아파트)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985년까지 평균 8.0을 유지하다가 버블정점기인 1990년 18.12까지 올라갔다. 이후 2001년에 최저점을 기록, 버블 정점 대비 맨션 가격이 56%나 떨어졌다. 

 

해외언론들은 아시아, 특히 한국의 경제위기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급속한 금리인상-주식 및 부동산 시장 폭락-수출 및 내수 감소-투자 감소-저성장 지속 등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의 가계부채와 급속한 초고령사회로 전환 등이 위기를 가속화하고 심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도 경제위기 상황이 맞다고 인정한다. 추경호 부총리는 최근 한 언론사 행사에 나와 “현재 복합적인 경제위기가 최소한 1년 이상 갈 것이다. 그렇기에 경제 정책의 추진동력이 필요한데, 정치권은 여전히 갈라치기와 편가르기라는 고질병에 매몰돼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 이겨낸 대한민국은 현재 위기를 해결할 때 세계 7위권 경제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글로벌 경제환경이 녹록지않다.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42%를 감당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가 확실해졌다. 미 연준은 최근 금리인상 직후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0.2%로 낮춰잡았다. 내년 이후에도 1%대 성장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침체를 겪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중국도 경제상황이 심각하다. 올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0%대로 내려앉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한 봉쇄정책으로 제품생산과 소비에 타격을 입은 탓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부동산 붕괴가 가시화 된 것도 0% 성장률이 나타난 배경이다. 

 

한국 수출의 양대산맥인 중국과 미국의 경제침체는 고스란히 한국경제에 반영되고 있다. 올들어 9월말까지 무역적자가 3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수출둔화와 함께 고환율에 따른 수지악화가 원인이란 분석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이 ‘나홀로 호황’을 누릴 묘책이 있을 리 없다.  

 

경제회생을 가장 방해하는 세력은 정작 정치권이다. 추 부총리는 과거 IMF환란때를 상기하면서 한국인의 저력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착각일 수 있다. IMF환란때는 계층을 불문하고 금모으기 운동 등 위기극복에 한마음이었지만 지금은 리더십 실종과 심리적 무정부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윤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와 미래의 비전을 선포하고 국가경영의 아젠다를 발표할 시점에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는 문제로 시간을 허송했다. 고환율을 누그러뜨리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됐던 한미스와프 문제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해결해주기를 국민들은 기대했지만 무산됐다. 대신 ‘비속어 시비’가 연일 국민들을 짜증하게 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절박한 미국의 인플레방지법(IRA법) 문제에도 윤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무능의 극치다. 기업을 중심으로 한 달러 부채가 촉발했던 IMF 경제위기는 2년만에 극복했지만 지금의 경제위기는 오래 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윤 정부 앞서 문 정부도 경제에 관한 한 실적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권 초반 소득주도성장을 들고나와 논쟁과 시행착오로 3-4년을 허송세월했다.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려놓고 신규 고용창출이라고 떠벌렸다. 민간의 활력을 억누르는 반(反)기업정책으로 일관했다. 정작 정부가 세심히 관리해야할 부동산과 금융 시장은 대책 남발이 대책의 전부였다. 그 결과 부동산은 폭등하고 가계부채 규모는 GDP를 넘어섰다. 결론적으로 문 정부 5년은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민의 삶의 질이 현저히 후퇴한 5년이기 때문이다. 

편집국장(경제학 박사)

문 정부와 윤 정부의 집권 시기를 합치면 딱 10년이다. 2030년대 가면 언론과 학자들은 아마 이런 문구를 쓸 지도 모른다. “2020년대 한국은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다.” 그 터널 입구에 한국은 이미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