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pick

“男직원 지옥” NH농협금융 IT조직, 수년간 남성차별 논란…수면 위로

직썰 2022. 8. 23. 09:41
유급 생리휴가 형평성 관련 ‘갑론을박’ 2018년부터 4년간 이어져
일부 남직원, ‘성차별’ 문제 제기…사측 “공식적인 문제 제기 없어”
NH농협은행, 농협중앙회 사옥. [신수정 기자]

“여자는 (근무) 강추. 주말근무·야간작업 같은 힘든 업무는 남자들이 다 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남자라면 (입사 시) 차별 각오하고 와라”, “여자한테는 진정한 천국.”

22일 직썰 취재에 따르면 NH농협금융그룹 및 계열사 직원 간에는 이 같은 '남성차별' 비판이 수년 전부터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IT계열인 NH통합IT센터에선 남성차별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NH통합IT센터는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 전산망을 관리하는 협업 조직이다. 

 

NH농협금융 관계자 A씨는 “(NH통합IT센터의) 사내 근무 규정에 ‘당직근무는 남성직원으로 한다’는 성차별 규정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규정으로 인해 남직원들만 숙직에 투입되고 있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근로조건에서 남직원이란 이유로 숙직업무를 독박 쓰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NH통합IT센터의 숙직 근무는 당일 오후 5시 30분부터 익일 오전 8시 30분까지로 평상시 근무 시간보다 6시간이 추가된다. 야간 근무인 점에서 업무 강도도 높아진다.

 

이어 A씨는 “숙직을 위한 당직실은 휴게실과 샤워실이 구비돼 시설이 열악하지도 않고, 보안업체 직원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며 “당직에 따른 성차별은 여성의 육체가 약하다는 사회적 관념이 투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A씨는 “NH통합IT센터 내부에선 해당 규정이 양성평등기본법을 위반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행위 시정을 위한 진정을 접수한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는 ‘양성평등’을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하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NH통합IT센터가 남직원에게만 야간 숙직을 요구하는 것은 성차별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 NH통합IT센터 일각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유관 부서에 관련 규정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급 생리휴가 규정에 대한 NH농협금융그룹 직원들의 견해가 드러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블라인드 캡처]

◆ “여직원은 유급 생리휴가, 남직원은?” 2018년부터 ‘성차별’ 문제로 내홍

NH통합IT센터를 비롯해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 IT조직이 조직 내 성별 갈등으로 내홍을 겪은 것은 ‘독박숙직’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들을 살펴보면 수년째 여직원 유급 생리휴가에 대한 지적과 불만이 가득하다. 그룹의 IT직군 근무 여건을 묻는 게시글들에 달린 댓글에는 ‘여직원은 편하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내 생리휴가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월 1회의 유급휴가로 규정됐다. 이후 2004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무급 생리휴가로 전환됐다. 현재는 회사 재량에 따라 생리휴가를 유급으로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NH농협은행 직원 B씨는 “농협 (여)IT직원들은 맨날 커피 마시고, 점심시간 전에 밥먹고 천국”이라며 “여자한테는 진정한 헤븐(천국)”이라고 답했다. 다른 NH농협은행 직원 C씨는 “여자면 강추”라며 “생리휴가 유급으로 매달 쓰고, 특히 의왕으로 옮긴지 얼마되지 않아 IT센터는 정년까지 문제없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직원 D씨는 “농협 IT는 여직원들이 연차와 별개로 매월 유급 생리휴가를 써서 몇 년째 남직원들이 역차별이라고 난리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룹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나 농협정보시스템 등도 유급 생리휴가를 주고 있다. 특히 NH투자증권의 경우 여직원은 생리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라서 생리휴가를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남직원들과 달리 여직원들은 유급 생리휴가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룹 계열사 여직원 E씨는 “그러니까 좋은 회사를 가라고들 하는 것”이라며 “그냥 그러려니 해”라고 반응했다. 다른 여직원 F씨는 “농협은 남자 군경력 인정해줘서 여자 동기들과 연봉차가 꽤 난다”며 “그래서 생리휴가 쓰는 건 이해해줘야 하는 분위기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 회사 측 “공식적으로 문제 거론된 적 없어”…사실상 ‘방관’ 지적도 

NH농협금융그룹과 계열사들은 그간 블라인드에 고발된 성차별 문제 지적과 관련해 답변을 하지 않거나 ‘공식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규정 개정 요청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됐으면 공론화를 통해 논의가 됐을텐데 아직까지 (내부에서) 이슈화된 적은 없다”며 “블라인드 글은 익명성도 있어 진위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덧붙였다.

 

NH농협금융그룹와 농협중앙회는 여러 차례 전화 등 연락을 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는 조직 내부 목소리에 사측이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