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암행감시 부활' 추진"…노조 거센 반발

13일 오후 1시 서울 농협중앙회 앞에서 전국사무금융노조 조합원들이 '고객만족도 실시를 위한 농·축협 암행감시 평가제도 저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5년 전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에 의해 폐지된 ‘고객만족도 암행감시 평가제도’가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 체제 아래 부활 조짐을 보이자 노동조합이 강력히 반발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전날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앞에서 ‘고객만족도 실시를 위한 농·축협 암행감시 평가제도 저지 기자회견’을 열고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암행감시제도 부활을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0일부터 지역 농·축협에 암행감시제도 시행을 위한 ‘농축협 업무위수탁’ 체결을 진행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농협중앙회가 암행감시제도를 부활시키려는 과정에서 지역 농·축협 1117곳에 오는 7월 8일까지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강요한다”고 고발했다. 

 

또 노조는 암행감시제도를 두고 “일부 지역 농협에선 임금차별 도구와 창구직원 통제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인권침해 논란을 빚었던 제도”라며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계약서 체결 강요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과거 2008년부터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축협을 대상으로 고객만족도(CS) 제도를 운영해오다 2017년 노조가 노동자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해당 제도를 폐지시켰다. 당시 노조는 암행감시제도가 상품 설명, 친절도 등 일반적인 평가 항목과 달리 지나친 직원 용모 평가 등이 포함된 것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이날 이기철 사무금융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암행감시제도는 평가단이 고객으로 위장하고 점포에 방문해 직원이 매뉴얼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낮은 점수를 주는 제도”라며 “고객 눈높이에 맞춘 능동적인 대응이 아닌 매뉴얼에 적힌 수동적 친절만을 강요해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서로 감시하고, 실수하는 직원은 조직 내에서 미운털이 박혀 직장 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반노동·반인권적인 제도”라고도 비판했다. 

 

이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제도를 부활시려는 것은 현장에서 지역 농·축협을 감시하고, 통제력을 높여 자신의 선거에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서진호 협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전직 중앙회장은 최소한 현장 노동자들이 문제 제기를 하면 대화하고 방법을 강구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성희 회장은 감정노동자보호법까지 제정된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의 대화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어떠한 대답도, 변명도 없다”고 했다. 

 

서 위원장은 “농협중앙회 노동자들에게도 이런 부당한 평가제도가 적용되고 있다면,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의 제도 폐기에 함께 투쟁해달라”고 당부했다. 

 

직썰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