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지라시가 돌기 시작하던 게 지난 10월 중순 무렵이다. 해당 지라시 말미에는 정치권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손 회장이 연임하면 금융개혁이 물건너 간다는 주장을 담고 있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정치권 어딘가에서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탐하며 군침을 질질 흘리다 야욕의 이빨을 드러낸 것이.
11월에 들어서 손 회장 관련 지라시가 다시 올라왔다. 추정이지만, 글의 형식과 논조를 보니 10월 지라시를 썼던 바로 그 작성자다. 이번엔 금융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손 회장에 대한 라임펀드사태 중징계가 논의될 것을 예고하며, 사실상 그의 연임이 물건너 간 분위기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이 작성자는 세 번째 지라시를 통해 며칠 후 금융위 안건소위에서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손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좌절됐다고 썼다.
잇따른 손 회장 관련 지라시를 두고 외부 인사를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앉히려는 '외풍'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금융위의 손 회장에 대한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 확정 자체가 외풍의 증거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다분했다.
이를 살펴보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해 4월 라임펀드 관련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한 이후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관련 최종 의결을 미뤄뒀었다. 앞선 금융당국의 제재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손 회장 징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린 것이다. 동일한 최고경영자(CEO)의 내부통제 관련 제재라는 점에서 법원의 결정을 참고하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융위 계획대로 라면, 실제 DLF 대법 판결이 나온 12월 15일 이후에야 라임펀드 중징계가 다뤄졌어야 했다. 그런데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월 9일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손 회장 라임펀드 중징계를 서둘러 추진했다.
1년 7개월을 기다린 금융위가 왜 고작 한 달여를 못 기다렸을까. 게다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금융위는 라임펀드 사태를 실제 주도하거나 죄질이 나쁜 다른 금융사들에 대한 제재 처리는 뒤로하고 유독 손 회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 같은 '선택적 징계'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손 회장 연임 시기와 맞물린 라임펀드 징계에는 우리금융에 불고 있는 외풍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손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밖으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날 처자식을 둔 가장의 모습이다. 외풍에 맞서자니 두렵고, 낙하산에 내어주자니 조직이 망가진다.
그런데 입행 35년차 대선배가 외풍이 분다고 넘어지면 남은 후배들은 어쩌란 말인가. 우리금융그룹에 딸려있는 임직원이 무려 2.5만명이다. 우리금융의 제1대 주주는 임직원이 참여한 우리사주조합인데, 이들의 정당한 권리를 관치로부터 지켜주는 것이 선배된 도리다.
또한 국민의 바람도 우리금융이 바로서는 것이다. 라임펀드 피해자조차 우리금융에 대한 관치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라임펀드 피해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재조사를 할 것처럼 하더니 8개월이 되도록 뭘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의문을 던지며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로 금융기관 수장을 바꾸는 일에만 권력을 사용하고 있으니 복장이 터진다"라고 했다.
명분은 충분하다. DLF 소송도 최종 승소한 마당이다. 손 회장에게 지금 필요한 건 전사(戰士)의 심장이다. 외풍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겠다는 각오와 뚝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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