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건 처리기간 연장 신청 승인해놓고…4일 만에 불기소처분 추진
한동훈 취임 앞두고 '졸속 종결' 의혹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권에서 폐지됐던 금융범죄 사건을 전담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지난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시 아래 부활했다. 하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오는 9월 10일부터 시행되면 검찰의 공직자 등에 대한 직접수사권이 사라지면서 합수단의 영향력은 그만큼 좁아질 전망이다. 또한 약 1년 6개월 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경제, 부패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사라진다. 합수단의 제한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합수단의 수사력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지난 정권에서 지지부진했던 라임 펀드 사태에 대한 수사다. 이와 관련한 합수단의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검찰이 지난 2019년 10월 A증권사에서 발생한 라임펀드 전산조작 사건에 대해 최근 돌연 불기소처분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피의자 측이 건의한 '사건 처리기간 연장'을 승인해놓고, 불과 나흘 만에 불기소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부임에 무게가 실리는 시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라임펀드 수사가 재개되기 전에 해당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졸속 처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5일 직썰이 입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A증권사 전산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담은 기록목록 문건에 따르면 전 A증권사 센터장 장모씨 등 피의자 측은 지난 4월 26일 사건 처리기간 연장을 건의했다. 이에 검찰은 다음 날 이를 승인했다.
피의자 측이 사건 처리기간을 연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8월 서울고등검찰이 이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를 명령한 이후 같은 해 10월 28일 처음 연장을 신청했으며, 같은 해 12월 29일 2차 연장, 올해 2월 23일 3차 연장을 건의했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연장을 신청한 것인데, 법조계에 따르면 한 번 신청으로 약 두 달간의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한다. 검사는 지금까지 네 차례의 연장 신청을 모두 승인했다.
그런데 수사를 담당한 남경우 남부지검 검사는 지난 4월 27일 4차 연장 건의에 대한 승인을 통보한 이후, 근무일 기준 4일 만인 지난 5월 3일 불기소처분 승인을 요청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와 관련 "처리기한 연장을 신청한다는 것은 피의자 측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기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른 자료를 더 제출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한 "검사가 처음부터 연장을 승인하지 않고 불기소했으면 모를까, 연장을 승인했으면서 불과 4일 만에 불기소처분을 한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무혐의 종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장관의 취임을 앞두고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전산조작사건 불기소처분을 추진한 지난 5월 3일은 한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서면질의 답변서를 제출하던 시점이었다. 한 장관의 취임으로 합수단이 부활하고 라임펀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던 시점이기도 하다.
또한 이날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한 라임펀드 피해자는 "검사의 수사권 박탈이 결정된 날, 전산조작사건도 불기소로 종결했다"면서 "새 합수단의 라임사태 재수사를 가로막는 두 가지 조치가 같은 날 동시에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지는 사건을 담당한 남경우 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남 검사실과 서울남부지검 공보실에 수차례 전화했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라임펀드 전산조작사건은 2019년 10월 2일 당시 언론을 통해 환매 연기 소식을 들은 A증권사 라임펀드 투자자들이 전산시스템(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해 환매(매도주문)을 신청했으나 고객들의 주문이 돌연 ‘취소’로 변경된 사건이다.
‘취소’ 주문은 고객이 비밀번호를 통해 직접 조작해야 하는 부분으로 이미 환매신청이 들어간 전산자료를 아무런 권한이 없는 증권사가 임의로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전산시스템에 접속, 주문을 취소로 조작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서울남부지검은 2021년 1월 한 차례 무혐의 불기소처분했으나 그해 8월 서울고검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재기수사를 명령했다. 또한 금융감독원도 같은 해 12월 A증권사의 법규 위반 사실을 인정하며 회사 관계자를 징계 처분했다.
반면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11일 또 다시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처분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불복하며 같은 달 24일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재정신청은 검사가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독단적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을 때에, 그 결정에 불복하는 고소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하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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