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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파일] '최대실적' 금융지주, 하반기 경영전략은?…은행별 차별화 주목

직썰 2022. 7. 27. 10:19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각 사]

9조원대 상반기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들의 하반기 경영전략에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지주사들은 복합적인 경제 위기에 대한 리스크 관리, 취약차주 및 고객 자산 보호 등 대응 전략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지주별 경영전략의 차별화 포인트는 각 은행에서 나타났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지주는 상반기(1~6월) 실적을 발표했으며, 하나금융을 제외한 지주사들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까지 마쳤다. 하나금융은 이달 말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8조966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업계는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이자 이익이 오르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된 효과로 분석했다. 

 

‘리딩금융’ 타이틀을 걸고 경쟁 관계를 이어온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상반기에만 2조원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KB금융이 앞섰지만 2분기 순이익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앞섰다. KB금융의 상반기와 2분기 순이익은 각각 2조7566억원, 1조3035억원이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2조7208억원, 1조320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에 업계 3위 자리를 내줬다. 하나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이 1조7274억원인데 반해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1조7614억원으로 하나금융보다 340억원 높았다. 2분기 순이익에서도 우리금융 순이익은 9222억원으로 하나금융 순이익 8251억원보다 971억원 앞섰다. 

 

우리금융은 금리 인상기 수혜를 누리는 은행이 지주 전체 순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비은행 부문의 수익 향상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문 수익률은 지주 설립 당시 10%에서 올해 상반기 20%까지 올랐다.

 

◆ 금융당국 감시와 시장 복합위기…지주들, 리스크 관리 등 ‘공통’ 대응

금융지주들은 하반기 시장 복합위기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에 모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더불어 은행권 이자장사에 대한 '경고장'을 날린 금융당국의 메시지도 금융지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 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으니 금리 차이를 축소하라”로 주문한 바 있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금리인상, 물가상승, 경기침체 등 대내외적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 맞서기 위한 ▲하반기 예상되는 리스크 관리 ▲고객 금융자산 및 취약차주 보호 등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에 방점을 둔 경영전략을 제시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일 ‘Re:Unite(화합과 소통) & R.E.N.E.W(변화)’를 주제로 연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 금융자산을 보호하고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금융사의 핵심”이라며 고객가치 제고와 더불어 적극적인 금융지원, 사회적 책임 수행 등 금융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7일 창립 40주년 기념일에 맞춰 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창업 이후 경험한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팬데믹 등 다양한 위기를 고객·사회·주주의 성원 속에서 극복할 수 있었다”며 “이제 40대 장년이 된 신한이 청년층을 지원하며 고객과 사회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상반기 횡령 사고와 관련해 맹자의 영과후진(盈科後進) 고사성어를 인용, “부족했던 점들을 확실히 재정비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출발하자”고 당부하며 하반기 집중 과제로 복합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디지털 혁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을 꼽았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각 은행사]

◆ 지주별 차별 포인트는 ‘은행’…본립도생 ‘신한’, 고객접점 확대 ‘KB’, 신뢰회복 ‘우리’

복합경제위기에 공통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한 금융지주들은 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그룹별로 차별된 경영 방향성을 나타냈다. 

 

‘리딩뱅크’ 도약을 강조해 온 신한은행은 사물의 근본이 서면 도는 저절로 생겨난다는 뜻의 ‘본립도생(本立道生)’을 주제로 튼튼한 기본을 토대로 한 지속적인 혁신 추구를 제시했다. 위기 상황일수록 기본에 충실하자는 경영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은행 중심의 ‘인사이드-아웃 씽킹(Thinking)’에서 ‘은행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관점 중심의 ’아웃사이드-인 씽킹‘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제시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속 대사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를 인용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금융 환경 변화에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전, 혁신, 소통의 키워드를 강조했다. 

 

이 은행장은 대면 채널의 혁신을 특별히 강조했는데, 이를 통해 최적의 인프라와 콘텐츠를 구축하고 고객 접점을 확대해가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올해 전국 70여개 이상 영업점에서 영업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늘려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아내기도 했다. 

 

업계 1·2위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과 달리 우리은행은 비은행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높은 구조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총 700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고가 발생한 탓에 우리은행의 하반기 경영전략은 타 은행과 차별된 의지를 내비췄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지난 22일 “고객의,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은행이 되기 위해 올바른 윤리의식과 이를 정립할 수 있는 강한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임직원에 주문했다. 이는 어떤 리스크보다 ’고객 신뢰 실추‘라는 리스크를 회복하기 위한 우리은행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발맞춰 우리은행은 최근 전체 본부부서 업무를 단위별로 세분화해 다층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준법감시실 확대 및 재편으로 본점과 영업점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또 윤리의식 결여 직원에 대한 즉각적 후선 배치 등 금융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했다. 

 

이원덕 행장은 "인사제도 혁신, 고객 중심의 성과 관리, 일하는 문화 개선, 양방향 소통 문화, 리더들의 솔선수범 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